CRISPR 특허 전쟁의 종결자 :: 브로드 vs CVC, 유전자 가위 10년 전쟁 (Feat. 툴젠)

2012년 시작된 이른바 ‘유전자 가위(CRISPR-Cas9) 특허 전쟁’이 마침내 그 거대한 마침표를 찍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26일, 미국 특허심판항소위원회(PTAB)는 브로드 연구소와 CVC(UC 버클리·비엔나 대학교·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간의 저해 간섭(Interference) 소송 재심에서 다시 한번 브로드 연구소의 우선권을 인정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기관의 승리를 넘어, 수조 원대 바이오 산업의 판도를 결정짓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소송의 핵심 쟁점과 판결의 법적 근거를 심층 분석합니다.

1. 소송의 배경: “누가 진짜 ‘진핵세포’의 주인인가?”

CRISPR-Cas9 기술은 크게 두 단계의 발명으로 나뉩니다.

  • 1단계: 시험관 내(In vitro)에서 유전자를 절단하는 원리 발견 (CVC 그룹 주도)
  • 2단계: 이를 인간·동물세포와 같은 진핵세포(Eukaryotic Cells)에서 작동하도록 구현 (브로드 연구소 주장)

CVC 그룹은 2012년 6월, CRISPR 시스템의 원리를 먼저 발표하며 노벨상까지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브로드 연구소의 펑 장 박사팀은 “CVC의 기술은 세균 수준의 원핵세포 데이터일 뿐이며, 훨씬 복잡한 진핵세포에서 유전자 교정을 실제로 성공시킨 것은 우리“라며 맞섰습니다. 미국 특허법상 가장 중요한 가치는 ‘먼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아닌, ‘먼저 발명을 완성(Reduction to Practice)한 사람’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2. 2026년 3월 PTAB 판결의 핵심 분석

이번 판결은 2025년 5월 미 연방항소법원(CAFC)이 “PTAB가 ‘발명의 구상(Conception)’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했다”며 사건을 돌려보낸 것에 대한 최종 답변입니다. PTAB는 1년여의 재심리 끝에, 법적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 법적 쟁점: 구상(Conception) vs 실제 구현(Reduction to Practice)

미국 구 특허법(선발명주의)하에서 발명의 주인은 ‘먼저 아이디어를 낸 사람’입니다. 하지만 생명공학처럼 결과가 불확실한 분야에서는 “아이디어가 곧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설계도”가 있었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 CAFC의 지적 (2025.05): “과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연구자의 주관적인 의구심(Doubt)이 있다고 해서 ‘발명의 구상’이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일반적인 기술 수준(Routine skill)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였다면 구상을 인정해야 한다.”
  • PTAB의 재심 결과 (2026.03): “CVC의 2012년 당시 기록을 재검토한 결과, 이는 단순히 ‘의구심’의 수준을 넘어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상태였다. 반면 브로드 연구소는 독자적인 가이드 RNA 설계와 핵 국소화 신호(NLS) 최적화를 통해 2012년 10월 5일, 인간 세포에서 유전자 가위가 작동함을 ‘실제로 입증(Actual Reduction to Practice)’했다.”

■ 판결의 핵심 근거 (Evidence)

  1. 예측 불가능성 (Unpredictability): PTAB는 원핵세포(세균)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을 진핵세포(인간)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예: RNA 분해, 염색질 구조 등)가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성공을 합리적으로 기대(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2. CVC 내부 기록의 불충분성: CVC 측 과학자들이 초기 실험 중 작성한 노트와 이메일에서 “진핵세포 실험이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는 점과 “작동을 위해 무엇을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는 내용이 브로드 측의 ‘구체적인 성공 기록’과 극명하게 대비되었습니다.
  3. 독자적 발명의 인정: 브로드 연구소의 펑 장 박사가 CVC의 논문을 보고 따라 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진핵세포 최적화에 성공했다는 점이 다시 한번 인정되었습니다.

[관련 원문 및 근거 자료 링크]

CRISPR Patient war result (BROAD VS CVC)

3. 브로드 연구소와 CVC의 기술 및 전략 비교

비교 항목브로드 연구소 (Broad Institute)CVC 그룹 (UC 버클리 등)
핵심 인물펑 장 (Feng Zhang)제니퍼 다우드나, 샤르팡티에
주요 주장진핵세포 적용은 별개의 독창적 발명원리 발견에 진핵세포 활용이 포함됨
미국 내 지위핵심 특허권 확보 (승소)일부 광범위한 특허 보유하나 진핵세포 권한 상실
주요 파트너에디타스 메디신 (Editas Medicine)인텔리아, CRISPR 테라퓨틱스

4. 이번 판결이 시장에 주는 메시지

이번 결과로 인해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습니다.

  1. 독점적 지위의 공고화: 브로드 연구소의 특허를 독점 라이선스한 에디타스 메디신(Editas Medicine)은 이제 강력한 IP(지식재산권) 장벽을 바탕으로 타 기업들에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습니다.
  2. CVC 진영의 위기: 인텔리아(Intellia)나 CRISPR 테라퓨틱스 등 CVC 측 라이선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향후 치료제 상용화 시 브로드 연구소와의 추가적인 수익 배분(Revenue sharing)이나 교차 라이선스 협상을 피하기 어려워졌습니다.
  3. 후속 기술 개발의 가속화: Cas9의 특허 분쟁이 브로드의 우세로 굳어지면서, 많은 기업이 특허료 부담이 없는 Cas12a, Cas14 또는 자체 개발한 신규 유전자 가위 엔진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5.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최종 결승전: vs 툴젠)

브로드 연구소가 CVC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유전자 가위 전쟁의 종결이 아닌, ‘최종 결승전’으로 가는 관문을 통과한 것에 가깝습니다. 이제 브로드가 마주해야 할 상대는 한국의 툴젠(ToolGen)입니다.

미국 특허청(USPTO) 산하 특허심판원(PTAB)에서 진행 중인 저해 간섭(Interference) 소송은 이제 브로드-CVC의 ‘준결승’ 승자인 브로드와, 미리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툴젠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Toolgen

① 툴젠이 선점한 필승 카드: ‘시니어 파티(Senior Party)’

툴젠은 현재 브로드 및 CVC와의 소송 모두에서 시니어 파티(선순위 권리자) 지위를 확정 지은 상태입니다. 이는 소송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법적 우위입니다.

  • 입증 책임의 반전: 미국 구 특허법상 시니어 파티인 툴젠은 ‘최초의 발명자’로 추정받습니다. 반면 주니어 파티인 브로드는 툴젠보다 자신들이 먼저 발명했다는 것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수준’으로 입증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집니다.
  • 전략적 유리함: 툴젠 측은 “이미 브로드와 CVC는 자기들끼리의 싸움에서 모든 패를 보여주었지만, 우리는 아직 보여주지 않은 강력한 증거들이 남아있다”며 전략적 우위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② 툴젠의 기술적 자신감: ‘진핵세포’와 ‘RNP’

툴젠의 자신감은 단순히 법적 지위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툴젠은 세계 최초로 CRISPR-Cas9을 진핵세포(인간/동물 세포)에 적용한 논문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구체화한 특허를 가장 먼저 출원(2012년 10월 23일)했습니다.

  • CRISPR-RNP(리보핵산-단백질 복합체): 툴젠은 기존 방식보다 안전하고 정밀한 ‘RNP 방식’의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승인된 세계 최초의 유전자 가위 치료제 ‘카스게비(Casgevy)’의 생산 방식과 직결되는 핵심 기술입니다.
  • 글로벌 소송의 연쇄 반응: 툴젠은 이미 유럽에서 버텍스(Vertex)와 론자(Lonza) 등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들의 특허가 단순히 ‘서류상 권리’를 넘어 실제 산업계를 지배하는 ‘실효적 권리’임을 입증하겠다는 선언입니다.

6. 툴젠 공식 행보로 본 “2026년 수익화 원년”의 의미

툴젠 공식 홈페이지의 최근 공지사항과 유종상 대표의 신년사(2026)를 분석해 보면, 기업 내부의 자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툴젠은 올해를 “특허는 칼, 로열티는 방패”라는 슬로건 아래 유전자 가위 기술의 본격적인 수익화 원년으로 선포했습니다.

  • 심판 재개 요청의 의미: 2026년 1월, 툴젠은 PTAB에 “브로드와 CVC의 지연되는 소송을 더 기다릴 수 없다”며 저해 간섭 심판의 즉시 재개를 요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는 소송을 끌기보다 빠르게 결론을 내어 로열티 협상 테이블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입니다.
  • 유럽발 승전보: 2025년 말, 유럽 특허청(EPO) 이의신청부로부터 툴젠의 RNP 특허에 대한 ‘유지 결정’을 확보한 점도 미국 소송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툴젠(Toolgen) 공시(Notification)
출처: 툴젠 홈페이지 (http://www.toolgen.com/ko)

[맺음말] 유전자 가위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브로드 연구소와 CVC의 소송 결과는 ‘유전자 가위의 원리’에 대한 역사적 기록일 수 있지만, 실제 상업적 가치와 로열티의 종착역은 툴젠과의 결승전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만약 툴젠이 지금의 ‘시니어 파티’ 지위를 끝까지 수성하며 승리한다면, 대한민국 바이오 기업이 전 세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의 표준이자 원천 권리자로 등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이제 시장의 눈은 브로드의 승리가 아닌, 툴젠이 휘두를 ‘특허라는 칼’이 어디를 향할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리스트

1. 브로드 연구소 vs CVC 최신 판결 (2026.03)

2. 툴젠의 ‘시니어 파티’ 지위 및 소송 재개 관련

3. 툴젠 vs 버텍스(카스게비) 글로벌 소송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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